[책마을] 꾸준히 1등하는 비결?…적당히 쉬어라

입력 2021-11-11 18:14   수정 2021-11-12 01:36


2003년 미국 최고 권위의 육상대회인 프리폰테인 클래식 남자 1마일(약 1.6㎞) 결승전.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미국 챔피언 등이 출발선에 섰다. 출발 신호가 울리고 정확히 4분1초 뒤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주인공은 무명의 18세 고교 선수였다. 육상 천재의 탄생은 방송을 통해 미국 전역에 알려졌다.

몇 년 뒤 미국 워싱턴DC에서는 맥킨지앤드컴퍼니 컨설턴트인 다른 청년이 새로운 예측 모형을 개발했다. 의료개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알려주는 모형이었다. 그는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에 들어가 대통령에게 올라갈 보고서를 만들었다. 24번째 생일이 몇 달 남지 않은 때였다.

두 청년은 이후 어떻게 됐을까. 육상 천재는 프리폰테인 클래식 우승 이후 단 한 번도 자신의 기록을 넘어서지 못한 채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촉망받던 컨설턴트는 얼마 못 가 백악관을 나왔고, 중견 기업의 파트너가 되기는커녕 승진 한 번 못했다. 육상 코치와 전업 작가가 돼 만난 두 사람은 책을 썼다. 바로 이 책이 《피크 퍼포먼스》다. 두 사람은 번아웃을 겪었던 자신들의 경험과 성과 과학의 최신 연구를 통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최고의 성과를 낼 방법을 탐구했다.

저자들이 발견한 성공 공식은 ‘스트레스+휴식=성장’이다. 근육 운동을 할 때 너무 무거운 중량을 선택하면 한 번에 들어올리기도 어렵다. 반대로 너무 가벼운 중량을 고르면 운동 효과를 보기 힘들다. 근육량을 효과적으로 늘리려면 운동을 마칠 때쯤 지치고 피로하되 부상은 없을 정도의 무게가 적당하다. 운동 외의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스트레스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보다 살짝 어렵게 느껴지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불안하거나 각성할 정도는 아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자들은 이를 ‘최적점 과제’라고 부른다.

최적점을 찾아 일하더라도 휴식 없이 계속되면 그 끝은 번아웃이다.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저자들이 내린 결론은 50~90분 강도 높게 일하고 7~20분 쉴 때 최고의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신체적, 지적, 감정적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 일할 때는 ‘얼마나’보다 ‘어떻게’가 중요하다고 했다. 최상위권 학생들과 평범한 학생들의 공부 시간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최상위권 학생들은 방해 요소를 차단한 채 주어진 시간에 고도로 집중했다.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휴식은 수면이다. 수면은 낭비되는 시간이 아니다. 깨어 있을 때 수집한 정보를 평가하고 통합하고 저장한다. 감정의 경험을 더 선명하게 처리하고 근육과 뼈의 성장, 신체 회복을 돕는다. 저자들은 최소 7시간은 자야 하고, 육체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10시간도 길지 않다고 말한다. 졸릴 때는 커피 한 잔보다 낮잠이 좋다. 25분간 낮잠을 자면 판단력은 35%, 주의력은 16% 향상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직원들에게 낮잠을 권장하는 이유다.

성과를 계속해서 내는 사람은 몸과 마음을 특정 상태로 만들고, 자기 안에서 최고를 끄집어내기 위해 일상을 설계한다.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 핵심 전략은 ‘루틴’과 ‘미니멀리스트’다. 최고의 작가 스티븐 킹은 글 쓰는 방부터 책상의 위치, 그 위에 놓인 물건, 글 쓸 때 듣는 음악까지 정해 놓는다. 테일러 스위프트 밴드의 드러머 맷 빌링슬리는 공연 30분을 앞두고선 권투 선수처럼 왼쪽, 오른쪽으로 격렬하게 뜀박질한다. 루틴화된 행동은 마음을 워밍업시키고 몸이 자동으로 반응하게 해준다. 일을 시작하자마자 금방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심리학자 B. F. 스키너조차 매일매일의 일과를 분 단위로 루틴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책은 “맥시멀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미니멀리스트가 돼라”고 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항상 똑같은 옷을 입는다. 옷 고르는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옷장에는 회색 정장만 가득했다.

저자들은 사람이 번아웃에 빠지는 이유로 전례 없는 압박과 경쟁을 꼽는다. 해법으로 휴식을 강조하지만, 그 휴식마저 잘 짜인 계획의 일부로 보내야 한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무조건 많은 시간을 쏟아붓기보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써야 한다는 주장은 새겨들을 만하다. 최고를 꿈꾸는 사람뿐 아니라 인적 자원을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관리하길 원하는 경영자들이 관심 가져볼 만한 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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